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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하여 : 데이비드 게일을 보고.

by 시시프 2009. 6. 30.

데이비드 게일
데이비드 게일 (2003) The Life of David Gale
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슬렛, 로라 리니.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한다. 영화에서 주지사가 언급한 사형제도 존속의 필요성과 피해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법정 오심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사형제도가 인간으로서의 반성가능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제도는 오랜 세월 동안 존속되어 왔다. 영화 속 주지사의 말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의 논리로써 남의 생명을 빼앗은 자에게 그의 생명을 죄의 대가로 치르게 하였다. 사형제라는 가장 엄중한 처벌로써 국민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흉악한 범죄로부터 사회구성원의 안전을 수호하고, 사회질서를 지켜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하지만 사형제도는 확고한 결심을 가진 범죄자들의 범행을 막을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이 있으며 사형제도가 범죄 억제력을 지닌다는 의견도 그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사형제도는 피해자 가족이나 주변 지인들에게도 일시적 보복의 감정을 갖게 할 뿐 적절한 보상으로 작용할 수 없다.


형벌은 범죄자가 저지른 잘못에 합당하게 부과되어 그를 교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것이 법이고 법이 부과한 형벌의 목적이다. 인간은 스스로 반성하고 수정해나가는 존재다. 사형제도는 인간의 반성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박탈하여 인간성을 무시하고, 법이 목적하는 바를 훼손하고 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법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인간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또한 완전할 수 없다. 사형은 한 번 행해지면 결코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다. 따라서 오판의 가능성이 없는 절대판단에 의해서 형이 집행되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인간이 완전할 수 없는 법을 근거로 하여 절대적 판단을 내리고 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돌이킬 수 없는 부당한 죽임을 당하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의 결론이 이야기하는 바가 이것이다.


설령 살인 등을 저지른 흉악한 범죄자의 생명일지라도 그것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은 인간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가장 흉악한 범죄인 살인에 대해서 사형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살인을 자행하는 것은 사형제도가 가진 명백한 모순이다. 반성하는 인간으로서의 인간성을 회복하고, 나아가 사회를 교정하는 것이 법이 지향하는 목적이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철폐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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