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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300-사회과학

나쁜 사마리아인들(2007), 장하준, 부키

by 시시프 2008. 10. 17.

(공부가 더 필요한 이유로 감상을 대신해 대강 요약.)

        신자유주의 경제학은 18세기 애덤 스미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자유주의 경제학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다. 1960년대에 처음 출현하여 1980년대 이후 경제학의 지배적인 견해로 부상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에서의 무한 경쟁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최대의 능률을 발휘하게 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정부 개입은 잠재적인 경쟁자의 진입을 제한하는 등의 경쟁의 압력을 감소시킨다는 이유에서 해로운 것으로 간주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 시장에 대한 열광과 함께 과거의 자유주의가 지지하지 않던 일부 정책과 제도를 옹호한다. 주목할 만한 것은 특정 형태의 독점과 정치적 민주주의다. 특허나 중앙은행의 독점 화폐 발행 등이 좋은 예다.

        개발도상국과 관련한 신자유주의 방침은 미국이 주도하는 부자 나라 정부들의 협력체에 의해 추진되고, 주로 그들에 의해 통제되는 국제 경제 기구인 IMF와 세계은행, WTO에 의해 중재되어 왔다. 부자 나라 정부들은 원조 예산과 자국의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내세우며 개발도상국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때로 특정 기업들에게 이익을 주는 목적도 있겠지만 대개는 관련 개발도상국들 내 외국 상품·투자에 대해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IMF와 세계은행은 차관을 얻으려는 개발도상국들에게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한다는 조건을 부가하고 있고, WTO는 부자 나라들이 취약한 분야가 아닌 우위를 점하는 분야에 자유 무역의 원칙을 정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게다가 부자 나라 정부들과 국제 경제 기구들은 고도로 훈련된 이론가들의 지지를 받음으로써 금융과 지식의 복합체를 조직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를 엄격히 규제하고, 정부에서 공적 자금을 투입해 부도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던 도요타다. 도요타는 토머스 프리드먼의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를 통해 세계화의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프리드먼의 견해에 따르면, 올리브 나무 세상의 사람들은 특정한 경제 정책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렉서스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특정 경제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영 기업 민영화, 안정된 물가, 정부 조직 규모 감축, 재정 균형 달성, 무역의 자유화, 외국인 투자와 자본 시장 규제 해제, 외환 자유화, 부정부패 감소, 연금 민영화 등을 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1960년대 초 자유 무역의 주장을 따랐다면 렉서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 프리드먼이 권장하는 세계화 논리는 그가 예로 든 렉서스의 사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자본주의 호황기인 1950~1970년대는 국가주의적 정책이 뒷받침되던 통제된 세계화 시기였다. 사실 통제되지 않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형편없는 성장은 당혹스러울 정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불평등은 증대한 반면에 성장은 크게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설명 방식에는 대안이 없다라는 식의 분위기가 스며있다. 세계화를 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된 피할 수 없는 결과하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자신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어느 올리브 나무를 차지할 것인지 다투는’ 시대에 뒤떨어진 자들이라 비웃는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성공한 경제국들은 거의 모두 세계 경제로의 무조건적 통합이 아닌 선택적이고 전략적인 통합 과정을 거쳐 현재의 위치에 섰다는 것을 안다. 세계화와 관련해서 불가항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화의 주된 추진력은 기술이 아닌 정치, 즉 인간의 의지와 결정이다. 엄밀히 말해 세계화가 어떤 형태를 취할지의 여부는 우리가 어떤 국가 정책을 만들고, 어떤 국제 협정을 만드느냐에 달려있다. 이렇게 보면 대안이 없다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명제는 거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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