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9

자본주의연구회 단상,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국가 안보 vs 표현의 자유 누군가의 반국가적 반체제적인 사상과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로부터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상황은 무엇인가. 그 누군가의 생각이 종북주의라면, 북한으로부터의 적화통일이라든지, 우리나라의 공산주의화일 수 있다. 혹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붕괴일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우려를 가질 수 있다. 어떤 우려든지 국가적, 공동체적인 거대하고 심각하고 못된 변화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원칙 과연 누군가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공론의 장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한 것이, 그것이 불러 일으킬, 우려되는 어떤 상황에 대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가 묻는다. 명백한 위험인가라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우려되는 어떤 상황이 시간적으로 급박하게 가까이 도래했는가 다시 묻는다. 이것은 현존하는 .. 2011. 3. 25.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2003), 박민규, 한겨레출판 통쾌하여라, 삼미슈퍼스타즈.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으로 처음 접했던 박민규. 그보다 7년 전에 이런 작품을 썼다는 게 놀라울 따름. 선입선출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후기작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오히려 그의 스타일이 더 잘 드러난 작품은 요것이라는 느낌이다. 아주 발랄하면서도 중구난방이지만 주제의식이 명확하다. 자본주의를 주제로 한 책들을 보면 어쩐지 패배주의적인 냄새가 난다든지, 고작 자본에 비껴서서 살 수밖에 없다는 대체로 뻔한 결론들인데, 이 책은 그 뻔함 속에 유머를 섞어 놓음으로 해서 '야, 대강 해도 재밌어'라는 메세지를 실감나게 전달하고 있다. 뭐 어찌 됐든, 나도 박민규를 따라서 -백프로 그의 덕은 물론 아니지만, 탓이라면 백프로 그의 탓-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소설은 못씀으.. 2011. 3. 22.
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거기까지 닿은 길이 몇 갈래의 길과 가까스로 만나는 것을. 죽음은 죽음만큼 길이 적막하기를 바란다. 마른 소리로 한 번씩 귀를 닫고 길들은 저마다 추운 쪽으로 뻗는구나. 그러나 삶은 길에서 돌아가 잠든 마을에 재를 날리고 문득 팔짱 끼어서 먼 산이 너무 가깝구나. 눈이여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는가. 겨울 문의에 가서 보았다. 죽음이 삶을 껴안은 채 한 죽음을 받는 것을 끝까지 사절하다가 죽음은 인기척을 듣고 저만큼 가서 뒤를 돌아다본다. 모든 것은 낮아서 이 세상에 눈이 내리고 아무리 돌을 던져도 죽음에 맞지 않는다. 겨울 문의여 눈이 죽음을 덮고 또 무엇을 덮겠느냐. 2010. 7. 24.
낙화, 이형기 앞마당에 목련이 탐스럽게 피었다가 하룻밤 새 시들해졌다. 오늘 비 갠 아침 나가보니 꽃은 기어이 다 지고 없다. 봄인 줄로 착각하고 바깥에 내어놓았다가 뜻밖에 내린 눈에 아끼던 화초도 몇 죽였다. 기다려도 오지 않던 봄이, 반가운 기색 내보일 여유도 주지 않고 벌써 멀리 갔다. 만물의 생명이 태동하고 희망의 잎새를 틔우는 봄날에도 우리는 이별을 준비한다. 내가 떠나야 할 날도 알지 못하는데, 네가 떠나는 날을 어찌 알고 나는 준비를 할까. 그래서 매일이 가슴 아픈 이별의 날이다.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2010.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