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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율

겨울 포플라, 홍윤숙

by 시시프 2009. 12. 18.


겨울 포플라


나는 몰라
한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
내가 왜 한 그루 포플라로 변신하는지.

내 나이 스무살 적 여린 가지에
분노처럼 돋아나던 푸른 잎사귀
바람에 귀 앓던 수만 개 잎사귀로 피어나는지.

흥건히 아랫도리 눈밭에 빠뜨린 채
침몰하는 도시의 겨울 일각
가슴 목 등허리 난타하고
난타하고 등 돌리고 철수하는 바람
바람의 완강한 목덜미 보며
내가 왜 끝내 한 그루 포플라로
떨고 섰는지.

모든 집들의 창은 닫히고
닫힌 창 안으로 숨들 죽이고
눈물도 마른 잠에 혼불 끄는데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라로 떨고 섰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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