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운율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by 시시프 2009. 12. 24.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즐거운 운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의 마을에 가서, 고은  (1) 2010.07.24
오적五賊(1970), 김지하  (0) 2010.01.10
자화상, 서정주  (0) 2009.12.20
겨울 포플라, 홍윤숙  (0) 2009.12.18
김소월의 먼 후일.  (1) 2009.06.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