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었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힌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트린
병든 수캐만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스물세 해의 서정주를 키운 팔할이 바람이었다 한다. 이십대 끝자락의 내 삶을 끌어온 건 팔할도 아니고, 순도100짜리 욕망이다. 욕망에 끌려 입때껏 살고 있다. 나는 아직도 헐떡거리며 살고 있다. 부끄러워 귀천이라도 하고 싶은데. 더러운 심장, 하숫물에라도 씻기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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