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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읽기/800-문학

스토너(2015), 존 윌리엄스, rh코리아

by 시시프 2015. 10. 9.



여기저기서 추천이 많았던 소설이라 상당히 기대했던 책입니다. "스토너", 윌리엄 스토너라는 주인공과 동명타이틀이고, 기교 없는 제목이지만 이를 데 없이 적절합니다. 내용이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이거든요.

 

책의 첫페이지가 소설의 스포인데요, 스토너의 삶은 별 대단할 것 없는 삶이다,라고 밝히고 시작합니다.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어렵사리 대학에 진학하고, 문학을 만나서 교수가 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기고 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어찌 보면 지극히 평범한 소설입니다. 하지만 한 인간의 명멸을 바라 본다는 것은 상당히 쓸쓸하고 허무한 마음을 들게 하는지라,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고독한 심사에 빠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인생의 단계,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1835년인생의 단계,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1835년


"속죄"의 작가 이언 매큐언의 감상처럼 죽음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실감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압권인 것은 실은 마누라가 바가지 긁는 내용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체험을 통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라, 작가 존 윌리엄스의 삶이 측은해지기도 했어요. 사랑과 헌신 뭐 이런 좋은 것들 핑계로 사람 잡는 거 뭔지 다들 아시죠?


실제로 작가 존 윌리엄스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친 교수였기 때문에 문학에 대한 열정과 그것을 마주하며 느꼈던 감동을 상당히 아름답게 서술합니다. 이건 그냥 작가의 이야기인 것이죠.

 

역자 후기에 작가의 일화가 짧게 인용되는데, 스토너의 삶이 실패냐 성공이냐 하는 질문입니다. 작가를 대신해서 원고를 타이프 해주던 학생은 스토너가 불쌍하다고 우는데, 작가인 존 윌리엄스는 그 학생의 눈물을 의아하게 생각하죠, 왜냐면 그에게 스토너는 성공한 인생이니까.

 

누군가는 인생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했던가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은 희극도 비극도 아닌 그저 별스럽지 않은 촌극인 것인데, 스토너는 그런 인생에서 자기가 진심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헌신한 것 한 가지, 문학이란 것을 건져 올렸으니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합니다. 스토너처럼 한 가지라도 몰두할 것을 찾아내서 그 부분에서 만큼은 생을 충만하게 살아낸 사람도 몇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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