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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포플라, 홍윤숙 겨울 포플라 나는 몰라 한겨울 얼어붙은 눈밭에 서서 내가 왜 한 그루 포플라로 변신하는지. 내 나이 스무살 적 여린 가지에 분노처럼 돋아나던 푸른 잎사귀 바람에 귀 앓던 수만 개 잎사귀로 피어나는지. 흥건히 아랫도리 눈밭에 빠뜨린 채 침몰하는 도시의 겨울 일각 가슴 목 등허리 난타하고 난타하고 등 돌리고 철수하는 바람 바람의 완강한 목덜미 보며 내가 왜 끝내 한 그루 포플라로 떨고 섰는지. 모든 집들의 창은 닫히고 닫힌 창 안으로 숨들 죽이고 눈물도 마른 잠에 혼불 끄는데 나는 왜 끝내 겨울 눈밭에 허벅지 빠뜨리고 돌아가지 못하는 한 그루 포플라로 떨고 섰는지. 2009. 12. 18.
사형제도 폐지에 대하여 : 데이비드 게일을 보고. 데이비드 게일 (2003) The Life of David Gale 감독 : 알란 파커 주연 :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슬렛, 로라 리니. 사형제도 폐지에 찬성한다. 영화에서 주지사가 언급한 사형제도 존속의 필요성과 피해자 가족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법정 오심의 가능성이 존재하고, 사형제도가 인간으로서의 반성가능성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사형제도는 오랜 세월 동안 존속되어 왔다. 영화 속 주지사의 말처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보복의 논리로써 남의 생명을 빼앗은 자에게 그의 생명을 죄의 대가로 치르게 하였다. 사형제라는 가장 엄중한 처벌로써 국민에게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흉악한 범죄로부터 사회구성원의 안전을 수호하고, 사회질서를 지켜낼 수 있다.. 2009. 6. 30.
독서메모 : 최인훈의 광장 부분 발췌 최인훈의『광장』을 읽으면서 부분 발췌. 61년판 서문은 소름 돋는 명문이다. 60년 시월 광장 서문 '메시아'가 왔다는 이천 년래의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죽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신이 부활했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코뮤니즘이 세계를 구하리라는 풍문도 있습니다. 우리는 참 많은 풍문 속에 삽니다. 풍문의 지층은 두텁고 무겁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고 부르고 문화라고 부릅니다.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풍문에 만족지 않고 현장을 찾아갈 때 우리는 운명을 만납니다. 운명을 만나는 자리를 광장이라고 합시다. 광장에 대한 풍문도 구구합니다. 제가 여기 전하는 것은 풍문에 만족지 못하고 현장에 있으려고 한 우리 친구의 얘깁니다. 아시아적 전제의 의자를 타고 앉아서 민중에겐 서구적 자유의 풍.. 2009. 6. 29.
김소월의 먼 후일. 한 번도 못 잊고 살다가, 당신 만나는 그 순간에 나는 당신을 잊었노라고. 다시는 못 올 찬란했던 추억이리라, 먼 훗날에는. 그렇게 풀벌레는 서럽게 운다. 먼 후일 /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에 내말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2009. 6. 27.
폭력(2009), 공진성, 책세상 : 폭력에 관한 고찰, 촛불은 폭력일까? 2008년 여름을 달구었던 촛불이 있었습니다. 결과에 대한 평가는 많이 엇갈리겠습니다만, 청소년층이 국가정책에 대한 직접 당사자로서 자발적으로 시위를 주도했다는 데에서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시위 문화도 가시적, 내용적으로 상당히 변모했습니다. 애국가마저 편곡되어 흥을 돋우는 소스가 되었으니 그 내용의 경쾌함은, 문화제로 명명하는 게 정말 옳겠다 싶었습니다. 당시 촛불과 그 반대편에서는 폭력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비난하면서도 자기는 폭력이 아니라고 항변했습니다. 시위대는 비폭력 평화를 주장하며 가시적 폭력을 제거하려 했고, 경찰 측에서도 최대한 물리적 마찰을 피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폭력은 분명 나쁜 것일 테지요. 그럼 여기서 폭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 2009. 4. 18.
꼴통들도 고개를 끄덕이는 참토론 : 합리적 토론을 위한 실용서 우리는 매일, 매시간 논쟁을 하며 삽니다. 심지어 술자리에서도 게임을 할지 말지에 대해서 토론을 하지요. 늦은 시각 방송되는 손석희의 백분토론도 인기가 있습니다. 네티즌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토론자의 영웅담(상대를 캐바르는)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은 논증과 그 논증이 부딪히는 토론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사실 직접 토론에 임해보면, 이거 녹록치 않습니다. 토론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만, 그 중 제일 낫습니다. 토론자로서의 기본 자세부터 토론의 기획, 사회자의 역할, 올바른 논증 구성법, 토론을 해치는 오류들, 연설할 때 효과적인 사소한 몸짓과 화술 등의 방법론들이 그득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우리는 왜 토론을 해야할까? 일부 사람들은 토론을 밑지는 장사라고.. 2009. 3. 18.